서론: 밥상 위의 전쟁, 아이는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‘표현’하고 있다
식사는 단순한 생존 활동이 아니다.
하루에 최소 세 번,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시간은 아동에게 있어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소통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순간이다.
그러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동의 경우, 식사 시간은 불안, 거부, 문제 행동으로 가득 찬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.
음식을 보자마자 도망가는 아이, 특정 식감만 고집하는 아이, 수저 대신 손으로 음식을 던지는 아이.
이 모든 행동은 ‘버릇없음’이 아니라, 감각 민감성, 루틴 고집, 의사소통의 한계에서 비롯된 표현 방식이다.
이 글에서는 자폐 아동이 식사 시간에 보이는 대표적인 문제 행동 유형을 정리하고,
그 원인을 기능적으로 분석한 후, 가정과 교육기관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식사 행동 교육 전략을 제시한다.
단순히 ‘먹이기 위한 방법’이 아니라, 자폐 아동의 감각·정서·사회성을 함께 고려한 통합적 접근법으로 안내한다.
1. 자폐 아동의 식사 행동 특성과 어려움
1-1. 감각 민감성
- 특정 냄새, 온도, 질감, 색깔에 과민하게 반응
- 음식이 입에 닿는 순간 구역질하거나 뱉어내는 행동 발생
1-2. 제한된 음식 선호
- 특정 음식(예: 흰 쌀밥, 감자튀김)만 고집하고 새로운 음식은 거부
- 식사의 다양성이 떨어져 영양 불균형 우려
1-3. 행동 문제 동반
- 수저 던지기, 식탁 밑으로 숨기, 소리 지르기, 식사 중 자리 이탈 등
- 행동 문제는 식사 회피 목적일 가능성 있음
1-4. 상호작용 회피
- 식사 중 눈맞춤, 대화, 간단한 인사조차 거부하는 경우 존재
- 식사를 '혼자 하는 행위'로 고착화
2. 식사 행동 문제의 기능적 분석(FBA)
자폐 아동의 문제 행동은 대부분 의미 있는 목적을 가지고 발생한다.
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‘왜 이 행동이 일어나는가’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.
대표적인 기능:
행동 유형 | 기능적 목적 |
음식 던지기 | 관심 끌기, 불쾌한 자극 회피 |
특정 음식만 먹기 | 감각 민감성 회피, 안정감 추구 |
식탁에서 도망가기 | 요구 과제 회피 |
울음, 떼쓰기 | 대체 표현 방식 부재 |
기능을 파악하지 않은 행동 지도는 일시적인 억제에 불과하며,
장기적으로는 문제 행동의 대체 수단을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다.
3. 식사 행동 개선을 위한 전략 5가지
3-1. 감각 접근 전략: 음식 환경의 ‘예측 가능성’ 높이기
- 냄새, 조명, 식감 등을 사전 노출하여 예측 가능한 자극 환경 제공
- 새로운 음식은 기존 선호 음식 옆에 소량 배치
- 음식 시각표, 사진 자료 활용 → 미리 식사 내용을 알려 불안 완화
활동 예시:
- 식사 전 오늘의 메뉴를 사진으로 보여주고, 아동이 고르게 함
- 미지의 음식은 "냄새만 맡기", "혀 끝에 대보기", "그림으로 탐색" 등 단계별 노출
3-2. 대체 행동 가르치기: ‘싫어요’를 행동이 아닌 말로 표현하도록 유도
- 음식을 뱉거나 던지기 전, 그림카드나 말로 "싫어요" 표현을 연습
- 표현했을 경우에는 즉시 긍정적으로 반응하여 대체 표현 강화
실천 팁:
- "싫어요" 카드, "다음에 먹을게요" 카드 제작
- 부모와 교사는 표현한 것만으로도 인정하는 태도 유지
3-3. 식사 루틴 구조화: 순서화된 행동을 통해 예측감 제공
- 식사 전 준비–먹기–정리 순서를 시각 스케줄로 제시
- 루틴이 자리 잡히면, 낯선 음식 도전도 안정감 속에서 가능해짐
실행 예시:
순서 | 활동 | 시각 자료 |
1 | 손 씻기 | 손 그림 |
2 | 앉기 | 의자 그림 |
3 | 밥 먹기 | 밥그릇 그림 |
4 | 정리하기 | 쓰레기통 그림 |
3-4. 부분 강화: 작은 시도도 크게 칭찬하고 보상하기
- 단 한 입이라도 새로운 음식에 도전했으면 즉시 칭찬과 보상
- 보상은 아동이 선호하는 활동이나 장난감 중심으로 구성
예시:
- "브로콜리 한 입 → 좋아하는 노래 30초 들려주기"
- "새로운 음식 시도 → 스티커판에 도장 1개 찍기"
3-5. 식사 중 사회적 상호작용 훈련 포함
- 가족과 함께 먹는 식사 시간을 활용하여
‘건네기’, ‘감사 인사’, ‘같이 먹자’ 등의 사회적 행동 연습
역할극 팁:
- 인형이나 장난감을 이용해 식사 대화 상황을 놀이처럼 구성
- “토끼야, 이 당근 먹어볼래?”, “와, 맛있었어. 고마워~” 등의 시범
4. 가정에서 실천 가능한 식사 행동 지도법
전략 | 실천 예시 |
음식 시각자료 제공 | 냉장고에 음식 사진 붙여 선택하게 하기 |
소리와 냄새 예고 | 조리 전 향 맡기기, 조리 소리 미리 들려주기 |
식사 공간 일관성 | 항상 같은 자리에 앉도록 구성 |
강요 없는 시도 유도 | "보기만 해도 좋아요", "한 입만 대보기" 단계 구성 |
가족 식사 규칙 모델링 | 가족이 천천히 먹으며 말하는 모습 시범 |
5. 실제 적용 사례
사례 1: 자폐 아동 A군 – 특정 음식만 고집
- 배경: 흰 쌀밥 외 음식 모두 거부, 새로운 음식 앞에선 자해 행동
- 적용: 브로콜리 사진 노출 → 접시에 소량 배치 → ‘보상판’ 도입
- 결과: 4주 후 브로콜리 한 입 시도 성공, 문제 행동 80% 감소
사례 2: 언어 표현 부족 B 양 – 울며 식사 거부
- 배경: 싫은 음식 나올 때마다 울거나 식탁 이탈
- 적용: “싫어요” 그림카드 + 보상 시스템 도입
- 결과: 2주 후 울음 대신 카드 사용 1일 3회 이상, 부모와의 대화 가능
사례 3: 감각 민감성 C군 – 음식 입에 못 넣음
- 배경: 온도·질감 민감, 한 끼 20분 넘게 소리 지르며 거부
- 적용: 냄새 탐색–사진 보기–한 입 대보기 3단계 구성
- 결과: 6주 후 3종 음식 시도 성공, 정서적 안정 증가
결론: 식사 지도는 먹이는 것이 아니라, ‘함께 먹는 경험’을 만들어주는 일이다
자폐 아동의 식사 문제는 단순히 편식의 문제가 아니다.
그 안에는 감각의 혼란, 표현의 좌절, 통제력 부족 등 복합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.
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억지로 음식을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,
아이 스스로가 먹을 수 있도록 환경과 방법을 조절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.
식사 지도는 시간이 걸린다.
하지만 아이가 한 입을 시도한 그 순간, 그것은 식사가 아니라
표현의 시작이고, 성장의 징후이다.
교사와 부모는 그 과정을 인내하고 지지함으로써
아이가 세상과 더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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